AARRR만을 믿고 있으면 안 되는 이유
500Startups라는 유명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및 벤처캐피탈 펀드의 창립자 중 한 명으로 널리 인정 받고 있는 Dave McClure는 2007년 Ignite Seattle 이벤트에서 처음으로 AARRR 프레임워크, 즉 "Startup Metrics for Pirates"를 소개했습니다. 이 프레임워크는 고객 생명주기의 다섯 가지 핵심 단계인 Acquisition(획득), Activation(활성화), Retention(유지), Referral(추천), 그리고 Revenue(수익)을 중심으로 하며, 특히 제품 중심의 스타트업들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집중해야 할 지표들을 다룹니다.
McClure는 스타트업이 소셜 미디어 좋아요와 같은 표면적인 메트릭스에 주목하는 대신 실제 성공을 이끄는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AARRR을 개발했고, 이 접근법은 이후 많은 스타트업, 특히 SaaS 및 제품 중심 부문에서 성장 전략의 기초가 되었으며, 고객 행동을 분석하고 최적화하는 구조화된 방법론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유저가
우리 제품의 퍼널에 들어와서 최종 목표인 매출을 내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이것은 마치 ‘제품’이라는 깔대기에, ‘유저’라는 물이 흘러 내리는 것과 같습니다. 이는 B2C, B2B 모두 동일합니다.
하지만 많은 스타트업들이 글로벌에 진출을 할 때 착각하고 있는 것은, ‘글로벌 제품의 고도화’에 신경 쓰느라, 실제로 우리 서비스가 존재하는지 자체를 그 시장의 누구에게도 알릴 시간은 없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충분히 고도화를 한 다음에’ 시작해도 된다고 말합니다.
극초기 스타트업 글로벌 진출의 현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글로벌 진출의 현실은 아래 그림과 조금 더 가깝습니다.
실제 우리 글로벌 서비스 AARRR의 윗쪽과 아랫쪽 통로는 매우 좁습니다.
유저가 들어올 수 있는 구멍이 없습니다. 존재하는지를 알아야지 들어오든 말든 합니다.
제품도 한국에서보다는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에서 PMF를 맞추면서 수년간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고도화해온 제품과 비교하면, 짧은 시간 안에 껍데기를 위주로 번역만 우선 겨우 한 제품이 그 시장 사람들에게 최적일 가능성은 적죠.
그래서 결과적으로 물이 아주 좁은 통로를 지나오기 어렵듯이, 기막힌(?) 퍼널을 꿋꿋이 지나 온 유저들이 내는 매출은 가뭄에 콩 나듯할 것입니다.
글로벌 진출을 하면서 오랜 기간동안 꾸준히 투자하면서 계속 진중하게 지켜 나갈 수 있는 시간과 돈이 있는 스타트업이면 충분히 이런 과정으로 진행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누가 쫓아오지 않기 때문에, 애초부터 우리 제품을 쓸 사람이 누구이고, 그 사람들이 어디에 있고, 우리 제품의 어떤 기능들을 좋아하고 부족하다고 느끼는지를 한 명 한 명 인터뷰하면서 진득하게 그 시장에서의 실력을 길러 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한국에서도 헐떡 거리는데, 글로벌에서 언제까지나 진득하게 앉아서 세월아, 네월아 제품을 고도화하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우리 제품의 핵심 기능만 린하게 복사 붙여 넣기 해놓고, 해외의 유저들이 우리 제품의 핵심 기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빠르게 본 다음, 그것을 기반으로 제품을 단계별로 고도화해나가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그 국가에서는 빨리 접어 버리는 게 상책일 수도 있습니다. 즉, 결국 첫 퍼널에 얼마나 많은 리드가 퍼부어지는지가 핵심입니다.
리드를 많이 만드는 법
어떻게 하면 많은 유입이 일어날 수 있냐는 질문에는 어쩔 수 없이 시도를 엄청나게 많이 해봐야 한다고 말씀 드립니다. 도처에 깔려 있는 수많은 똥 동산들에 직접 손을 넣어서 직접 손으로 옮기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왜 하필 더러운 똥이냐고요? 실제로 과정이 더럽고 치사하기 때문이에요! 수 백번 거절 당하고, 수 천 번 유저들과 대화해야 하고, 실수가 일어나면 사과해야 하고, 매출, 궁극적으로 수익이 날 수 있는 여러 액션들을 뭐가 워킹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하는 것은 똥 푸는 것과 같은 서글픔을 줍니다.
중요한 건 크고 작은 똥 동산 중에 어디부터 파봐야 하는지를 잘 정의하는 것, 그리고 손을 집어넣어서 똥인지 진주인지 잘 구분하는 것, 아니면 빨리 똑똑하게 포기하는 것, 그리고 진짜 옮겨도 되는 똥이라고 판단이 들면 리더가 직접 나서서 똥을 직접 옮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리고 다같이 똥을 ‘효과적으로’ 퍼오기 시작하는 것, 그리고 ‘완성도 있게’ 잘 옮겨 오는 것.
한번 시작하는 게 어렵지, 직접 푸기 시작하면 똥 푸는 작업도 나중에는 체계가 잡힙니다. 처음에 정찰병처럼 갔다가 구조를 잘 잡아서 다같이 하면 됩니다. 다같이 하면 신나집니다. 과가 좋을지 몰라서 지난하고, 지루하고, 가끔은 더럽고, 그리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노가다이기 때문에 ‘감히 나 같은 사람이 어떻게 그런 일을’이라는 멘탈리티로 일관하는 순간, 창의적인 문제해결과 누가 봐도 괄목할만한 지수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업계에서 통하는, 그러나 다른 팀들도 다 하고 있는 방법으로만 도전하는데, 어떻게 남들보다 훨씬 뛰어난 결과를 기대하겠습니까.
이게 지금까지 남들이 어떻게?라고 물으면 말씀드리는 저만의 ‘Shit Theory’입니다. 그로스는 남들은 생각해보지 않았고 생각했더라도 쉬이 시작하지 못하는 노가다를 누구보다 더 빠르고, 기민하고, 완성도 있게 잘 하는지로 귀결됩니다.
나는 과연 똥을 만질 수 있는가? 반문 해보세요.
- 누가 알겠나요? 그게 작은 황금이었을지.
모멘텀메이커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