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자식 다 데리고 이민 갈 결심' 없이 코풀 쏘냐
‘글로벌 진출의 무게감’에 대해서 얘기해보고 싶습니다.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를 통하여 단순한 번역만으로도 생각보다 많은 국가들에 쉽게 진출할 수 있는 유틸리티 앱 서비스가 아니고서는, 생각보다 글로벌 진출의 무게감은 한 조직이 생각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 같습니다. 한번 진출해보고, 몇 달 해보고 안 되면 빨리 접자 – 정도의 마인드로 접근하면 필패입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그 나라에서 모든 것을 걸고 죽을 각오로 하는 그 나라의 네티이브 창업자를 어떻게 이기나요.
하지만 저를 포함한 많은 의사결정권자들이 비슷한 실수를 저지르는 것을 많이 봐왔습니다. 한 국가에 진출한다는 것은, 한번 해보고, 안 되면 말고 정도로는, 딱 그만큼만 할 수 있습니다.
과거 혹은 지금, 글로벌에서 성과를 낸 경험이 있는 ‘한국발’ 스타트업이 어디가 있을까요? 센드버드, 블라인드, 오늘의집, 강남언니 등 이 회사의 공통점들은 무엇일까요? 바로 대표, 혹은 그에 준하게 회사의 이익과 얼라인되어 있는 공동창업자가 해외에 직접 이민 가서 죽기 살기로 그 나라에서 ‘글로벌 진출’이라는 신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어떤 미친X들이 회사 주차장에 이런 걸 뿌렸어”
팀블라인드의 공동창업자인 김성겸 이사는 2015년 6월, 아마존 직원이 많이 사는 미국의 아파트를 하나 빌려 돼지김치찜 파티를 열었습니다. 아마존의 한국계 직원과 같이 밥 먹고 이야기를 하면서 당시 초기 서비스였던 블라인드를 알리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이었죠. 다음 타겟은 마이크로소프트였고, 마이크로소프트 주차장에서 서비스 설명이 적힌 ‘찌라시’를 직원들에게 여기 저기 붙이고 다녔습니다. 당시 미국판 마이크로소프트 직원 게시판에는 “어떤 미친 X들이 회사 주차장에 이런 걸 뿌렸는데 뭐하는 덴지 보러 왔다”라는 글이 올라올 정도였습니다. (더 많은 스토리는 여기서 들여다 보세요)
여기서 핵심은, 공동창업자와 팀이 직접 현지에 가서 숙식하면서 빌드업했다는 것입니다. 간단한 유틸리티 앱처럼 번역과 어느 정도의 현지화를 해두면 유저들이 들어와서 기능을 쓸 수 있는 정도의 B2C 앱이 아닌 이상, 거의 대부분의 플랫폼 서비스들은 새 나라에 진출하는 것은 공급자와 수요자를 모두 모아야 하는 문제에 당면하게 됩니다.
의료 서비스 리뷰를 볼 수 있는 플랫폼 강남언니의 경우는 현지 병원과 현지 병원 고객들을 동시에 모으는 것
명문대 선생님과의 Q&A가 가능한 콴다의 경우에는 현지 명문대 학생들과 현지 학생들을 동시에 모으는 것
중고거래를 할 수 있는 플랫폼 당근마켓의 경우에는 매물을 올리는 유저와 매물을 사가는 유저를 모으는 것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의 경우에는 예쁜 인테리어 컨텐츠를 현지에 맞게 올리는 컨텐츠 프로바이더, 컨텐츠를 소비하는 일반 유저, 그리고 입점하여 가구와 생활용품을 파려고 하는 공급자들도 각각 모으는 것
그 난이도는 ‘창업자가 처자식 다 데리고 가서 맨땅에 헤딩할 결심’은 하고 해야 할 정도이긴 합니다. 그냥 마케팅 조금 태워 보고, 아니면 말고로, 새로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만일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아예 진출을 고려하지 않고 한국에서라도 탄탄하게 본진을 잘 다지시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일본 진출을 처음 시작했던 역할인 저는 일본에 아예 이민 가서 이 사업 키워 볼래?했을 때 두려움도 있었고, 무엇보다 일본어를 할 줄 모르고, 일본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없었습니다. 제가 그 수준이 되기까지 마냥 기다려 줄 수만 없었던 회사의 입장에서는 제가 일본 대표로서 적합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보수적이고 영어가 통하지 않는 일본 문화도 한몫 했죠. 그래서 일본 지사장님들을 모시기 시작했었는데, 좋은 분을 모시는 것이 생각 했었던 것보다 난이도가 매우 높았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콴다도 일본어는 못하더라도, 일본 법인 대표에 공동대표로 있으면서 일본에는 공동창업자에 준하는 사람이 상주해서 진두지휘 했었더라면 지금 더 사업적인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일본에서의 맨땅의 헤딩이 많았기에, 두번째 지역인 동남아를 탭핑할 때는 아주 신중하게 지사장님을 모시는 데에 힘을 많이 썼습니다. 아주 어렵게 베트남 지사장님을 모시게 되었는데, 지사장님은 회사에 조인하신 바로 그 달부터 저와 함께 베트남 출장을 왔다 갔다 하셨고, 코로나 직전에는 아내와 아이 둘까지 데리고 베트남으로 모두 넘어가셨습니다. 대단한 결단의 사나이셨습니다. 또 그를 따라 아내와 함께 넘어가신 신뢰하는 동료도 콴다 베트남의 든든한 지원군이었죠. 그 두 분의 현지에서의 본사와의 콜라보로, 콴다 베트남은 앱으로서 1위 트래픽을 만들고 나서, 현지 법인에서도 안정적인 사업적인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현지에 가족들 데리고 다 가버린다! 정도의 커밋을 보여주어야지 겨우 해낼 수 있는 것이 글로벌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손 안 대고 코풀 생각 하신 분?
유틸리티 앱이 아니고 현지에서 발 디디고 제로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현지에 오지 않고 각자의 나라에서 깨작깨작 빌드해서 성공한 케이스는 비단 한국발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전세계 다양한 국적의 스타트업의 역사에서도 잘 보지 못하였습니다.
우리 조직은 이 정도의 각오가 되어 있나요?
대표님이라면 가족들 다 데리고 넘어갈 각오가 되어 있는지, 글로벌 진출을 이끄는 리더라면 우리 조직이 이 정도의 각오를 가지고 적진에 들어가는 게 맞는지 솔직하게 돌아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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